먹고 자고 보십니다.

시작글

마가렛나라 2014. 9. 24. 19:23

시작글

 

‘사랑하는 아들 빈아,

엄마는 네가 사제서품을 받으면 기념으로 너에게 들려 줄 너의 이야기를 작은 책으로 만들어 선물 하려고 한다.‘

이렇게 시작한 글은 신학교를 입학하고 나서부터 에피소드를 모아 서품 때 선물로 주려고 준비했던 글이었다. 그런데 서품을 받게 되어도 글은 완성하지를 못하고 내 컴 속에 또 내 불로그 속에서 잠자고 있었다.

알다시피 사실 엄마는 글을 잘 쓰지 못한다.

한 때는 제법 글을 잘 쓰는 줄 착각도 했었지만 소크라테스가 아니라도 나 자신을 너무나 잘 아니까 말이다.

하지만 엄마가 사랑하는 아들이 사제가 된다는데 뭔가 기념 될 만한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야속한 세월은 입학 후 서품까지 10년이란 시간을 물 한 컵 마시듯 삼켜버리고 나니 나는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꿈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래 지금 보다 사제서품 10주년 기념 때 선물하자’

그리고는 내일기장 속에 있는 이야기들과 내 머릿속에 있는 사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 몇 가지 이야기들을 기록해 놓은 것들이 있어서 뒤져보니까, 다행히 인쇄해 놓은 것들이 있는데 1997년도 또는 1998년으로 되어있네. 그 땐 우리 아들 빈이가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가 있을 때 였는데, 아마 아들이 그립고 보고 싶으니까 이런 저런 글들을 썼던 모양이다.

세월이 10년이나 흘러도 엄마가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아들,

이 글은 엄마가 아들과 함께 공유하고픈 추억이란 선물이다.

누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자랑할 것은 많지만 ^^)

입학 후 10년 사제서품

사제서품 10년 후인 2014년 9월 17일

사랑하는 우리 노신부님!

사제서품 10주년 진심으로 축하하며, 아직 볼 수 있는 눈을 주시고,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시고, 생각할 수 있는 머리를 주시고, 가슴에 담을 수 있는 마음을 주시고, 쓸 수 있는 손을 주시며, 이 모든 것을 허락해주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이 글을 아들 신부님께 드립니다.

- 좋은 선물이 되기를 바라며 엄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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