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설합

먼저 왔으니 먼저 떠나야지...

마가렛나라 2012. 7. 12. 00:39

 

유월 중순의 어느 날 오후

열심히 팔을 휘두르며 호숫길을 걸어갑니다.

아직 6월인데도 벌써 등에서, 목에서, 이마에서 땀이 나옵니다.

 

푸르른 녹음이 세상을 덮고 있는듯한데

벚꽃나무 하나가 단풍이 너무 곱게 물들어 있습니다.

일단 놀라서 핸폰으로 찍었습니다.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단풍이 너무 곱다는 생각?

'아니 벌써 단풍이 들다니'하셨나요?

'어머, 너무 희안하다.' 그러셨나요?

 

푸르른 나무 사이에서 곱게 물든 단풍잎에

눈이 갑니다.

그러니 예쁜 여자에게 눈길을 주는 남정네들을 이해해야겠지요...ㅎㅎ

 

모든 이들의 이목을 한꺼번에 받은 저 단풍은

가을이 오기전에 떠납니다.

가을의 맛을 느끼지도 못하고

뜨거운 여름의 태양아래 눈을 감게 됩니다.

 

그저 다른 나무들이 푸르를 때 푸르고

다른 나무들이 물들때 물들고

다른 잎들이 떨어질 때 떨어지는 것이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잎들의 일생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평범한

그저 그런 삶을 살아야 겠다고 ...

호숫길을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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