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설합

신학생 부모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마가렛나라 2012. 7. 22. 13:01

 

 

 

 

 

 

며칠 전 책을 정리 하다가 옛날 노트를 읽어 보게 되었다.

그 속에 기록된 것인데 이미 내 기억 속에는 잊혀진 내용이었다.

읽다 보니 재미와 감동이 있어서 나누고자 한다.

 

 

 

1998년 6월 27일 일요일 교구청 신학생 학부모 피정

강사 이규철 (요셉)신부님

 

 

 

우리 시대 부모님의 말씀의 요약

 

 

경기도 안성읍에서 11Km 떨어진 시골에서 태어났다.

50년대 후반에는 시계 있는 집이 별로 없었던 시절이다.

첫닭 울음소리와 새벽기도 소리를 들으며 자라났다.

 

우리 부모님들은 일 속에 파뭍혀 사시면서  과일 밭, 논밭에서

주모송을 외우고 삼종기도를 바치셨다.

 

나는 사제에 대한 생각도 없이 부모님의 강요에 끌려 신부가 되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레지오 반에 엄마와 같이 들어갔다.

무릎을 꿇고 기도를 했기 때문에 무릎이 몹시 아팠던 기억이 난다.

우리 부모님은 항상 말보다 기도하는 모습을 늘 보여주셨다.

 

새벽 2-3시에 송아지를 낳으면 예수 마리아를 외우며 기도하셨고

토끼가 새끼를 낳아도  신부님께 강복을 받으셨다.

한 번은 신부님께서 강복 중에 송아지가 오줌을 싸서 신부님 옷이 다 젖어 엄마가 쩔쩔매시던 기억도 난다.

 

봄이면 복숭아꽃, 자두꽃, 사과꽃, 배꽃, 진달래, 개나리, 철쭉이 피었고,

금요일엔 성당에 그 꽃들을 가지고 갔었던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도 있다.

 

요즈음 아이들과는 달리 우리는 부모님께 말대꾸 한번 한 적이 없었다.

우리 형제는 8남매였다.

딸 셋, 아들 다섯 중에 제일 큰딸인 누나는 늘 성모상을 예쁘게 장식하더니 수녀가 되었다.

내가 중3 때 부모님께서 둘째형에게 신부가 되라고 했는데

둘째형이 도망을 가버리자 셋째인 내가 신학교를 가게 되었다.

부모님께서 나에게 “신학교 가” 라는 네글자에 나는 신학교를 갔던 것이다.

 

 

열무나 배추등 야채도 최상품은 파는 것이 아니라 신부님께 드리고,

닭이며 돼지고기등 최고의 음식은 신부님께 드리던 구교 집안에서 자랐는데 우리 어머님은 독재자이셨다.

제일 첫째는 하느님, 둘째는 신부님, 그 다음이 우리들이였다.

(용산 미팔군에서 골프를 배웠다는 기록은 있는데

 몇 살 때 무슨 이유로 골프를 배우게 되셨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음)

 

우리 부모님께 나는  ‘공부해라 숙제해라’라고 하시는 말씀은 못 들었고,

기도하라는 소리만 듣고 자랐다.

한 번은 묵주기도를 안 한 죄로 59대를 맞았다.

그리고 두 달 동안 달구지를 타고 학교를 다닌 때도 있었다.

기도가 생의 전부인 우리 부모님,

 

 

 

마을에는 우물이 하나였다.

1958년에 갈전리 성당이 생기고

내가 5학년이던 1959년도에 면에서 틀어주는 유선방송을 들었고,

64년에 라디오가 동네에 보급되었다.

레지오 활동 중에 2차는 가지 않았다.

75세대가 가톨릭 신자인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모임에서 나오는 잡음 때문에 그랬다.

 

 

 

여러분들은 가정과 본당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있습니까?

어떤 모습으로 자녀들에게 신앙을 보여주고 있습니까?

정말 말조심하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고장에는 신생보육원이 있는데 

부모님께서는 54년부터 고구마, 감자 등을 갖다 주시던 것이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첫영성체를 했다. 그 때는 반드시 문답을 외워야만 했다.

영성체를 하지 않으면 점심을 굶었는데

 어머니 말씀이 '영혼을 굶겼으니 육신도 굶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부모님의 영성이셨다.

월요일 마다 자선단체에 다니셨고,

 마분지로 도배를 하고 벽에다 ‘선행을 써라’ 하시고, 검사를 하셨다.

그리고 섣달 그믐날 밤에 선행지를 뜯어서 태우셨다.

 

나는 신학교에 들어가서 다섯 번의 고민을 겪었다.

항상 명분 있는 자퇴의 유혹이다.

첫 번째 유혹은 중3때.

친한 친구가 영어는 95점을 받았는데 라틴어가 70점 미만이라 퇴학을 당했다.

그때 나도 나가고 싶었지만

부모님 특히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라 그만 두었다.

 

 

 

신학생 부모들은 윗사람에 대한 불평 대신 기도해야 한다.

벙어리로 사는 것이 좋다.

부모님에 대한 효도는 하느님께 대한 효도로 연결된다.

 

 

나는 철저한 신앙교육을 유산으로 받았다.

그래서 사제가 될 수 있었고

 신앙생활은 하느님과 부모님께 대한 효도라고 생각한다.

어럽고 힘들다 하더라도

십자가의 무게만큼 받는 하느님의 은총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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