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있어 자연이 더 아름답듯, 삶 속엔 시가 있어 인생이 더욱 풍요로운 것 같다.”
최근 ‘단풍나무 여자’란 시집을 낸 주설자 씨의 이야기다.
주설자 씨에게 이 시집은 의미가 남다르다. 일흔한 살의 나이에 낸 첫 시집인 때문이다. 주 씨는 올해 계간 ‘문장’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늦깎이 시인이다.
그는 시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짝사랑’으로 표현했다. 평생 좋아하고 동경해 왔지만, 지난 세월 동안 선뜻 시를 쓸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시사랑회’ 회장을 맡게 되면서부터다.
“시에 대한 목마름에 이끌려 8년쯤 전 시사랑회를 찾게 됐다. 회장을 맡으면서는 습작을 시작했는데, 시를 더욱 사랑하는 계기가 됐다. 뒤늦게 시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삶에 소중한 변화가 일더라. 예전엔 보이지 않던 사물의 속이 어렴풋이 보이면서 소통의 경이로움을 알게 됐다.”
경북 성주가 고향인 주 시인은 자신이 시를 쓰게 된 게 고향 산천과 자연 덕분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 들에 나가 꽃과 풀로 온갖 장난감을 만들며 놀았다. 자연과 더불어 마음껏 뛰어놀던 그 시절은 참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그 속에서 삶에 대한 긍정적 사고, 시에 대한 사랑 등이 싹튼 것 같다.”
이번 시집에 담긴 61편의 시 속엔, 시인의 그런 옛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뚝뚝 묻어나는 ‘찔레꽃’을 비롯해 성장기의 추억과 고향 성주에 대한 애절함, 인생에 대한 농도 짙은 사랑을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작품 하나하나가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다 보니 쉽게 공감을 자아낸다.
시집엔 ‘과거야 고맙다’란 작품이 있다. 시인은 ‘…힘들고 가난했던 농촌생활/그건 지금 생각하면/일을 사랑하는 열정의 인간으로/나를 키워준 과거야 고맙다’라고 노래한다.
시인은 이처럼 수십 년을 에둘러 온 시와의 만남을 아쉬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그냥 한없이 감사할 뿐이라는 게 시인의 마음이다.
대구에서 가야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주설자 시인은 가수백년설기념사업회 회장, 성주중고 총동창회 회장, 대구가톨릭유아교육협회 회장, 한국불교문인협회 회원이다.
김도훈 기자 hoon@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