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사제관에 들어오면서 천사의 나팔꽃나무를 하나 가져왔습니다.
오는 도중에 바람에 시달려서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잎사귀는 봄내 자라지를 않더니
여름이 되니까 그제서야 힘차게 자랐습니다.
천사의 나팔이라는 이 꽃의 모양과 향기는 다 잘 아시겠지만
이 그림은 위에서 찍은 모양입니다.
속을 보여드릴려고 아래에서 위를 향해 꽃을 찍었습니다.
보시는바와 같이 수술만 커다랗게 하나 보입니다.
한꺼번에 수십개의 꽃이 피었습니다.
베란다 가득히 천사의 나팔꽃 향기가 퍼지면서 후각을 자극합니다.
코를 벌룸거리며 향기를 맡고 또 맡아봅니다.
특별히 밖으로 나갈 일이 없어도 꽃향기가 좋아서
괜시리 들락거립니다.
꽃은 여름내 땡볕에 시달리면서 자란뒤에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과 향기를 선물하는데
여름 내내 덥다고 덥다고 하면서 깊은 기도 한번 제대로 하지못한 저의
영혼의 모습은 어떠할까 생각하면
하느님 앞에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리스도의 향기를 피우지못한다면
하느님께서 외면하시지나 않을까 두려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을 사랑하셔서 당신의 모습을 닮게 하셨으니
그 자비로우심으로 가이없는 사랑을 주시리라 믿으며
하느님의 측은지심에 희망을 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