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그것은 종이 한 장의 차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세상을 살아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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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저녁에 운동하러 자전거를 타고 나갔던 남편이
넘어져서 돌아가셨다는 지인의 비보를 받았다.
불과 열흘 전에 어떤 결혼식에서 만나 인사를 드렸었는데
돌아가셨다니
삶과 죽음이 하나가 아닌가 싶다.
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사라져도
세상은 여전하겠지?
우리 옆 동네에 87세가 되신 할머니가 계신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문자가 왔다.
서울에 사는 증손자의 첫돐 잔치에 참석하여
아들 며느리, 손자들과 일가친적들 만나
아주 기분 좋게 잘 드시고 즐거워하셨단다.
잔치가 끝나고 서울에서 내려오면
평상시에는 늦은 밤에 도착해야 하니까
늘 서울의 작은아들 집에서 자고 오시는데
그날 따라 집으로 가자고 하시더란다.
큰아들과 큰며느리가 할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왔는데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 반이었단다.
아들이 방에 불을 넣어드릴려고 하니까
할머니가
날씨가 따뜻하니 불때지말라고 하셨단다.
'어머니, 그럼 전기장판깔고 주무세요.'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가
필요한 것이 있어서 다시 밖으로 나갔더니
할머니가 쓰레기통을 비우시더란다.
'어머니, 내일 밝을 때 비우시지 이밤에 쓰레기통은 왜 비우세요?"
'응, 쓰레기가 차서...' 하시며 쓰레기를 버리고 방으로 들어가시면서
외등을 꺼셨다고 한다.
아들은 어머니께 안녕히 주무시라고 인사하고
방으로 들어가면서 시계를 봤더니 새벽 두시더란다.
아침 상을 봐놓고 기다려도 어머니가 안나오셔서
아들이 어머니방을 열고 들어가니
어머니가 어제 입은 한복을 그대로 입고
성모님상 앞에서 평상시와 다름없이
묵주를 손에들고 기도를 하고 계시더란다.
"엄마, 기도는 나중에 하시고 진지드세요." 했는데
대답이 없으셔서 보니
이미 돌아가셨다고 한다.
보고싶은 사람들 다 만나고
성모님 상 앞에서 묵주기도를 하시다가
앉은체로 돌아가셨으니
불교신자라면 성불하셨다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평상시에 큰며느리에게 아들들이 성당에 안나간다고
자식들이 냉담풀고 성당가기를 소원하셨는데
그생각이 나서 큰며느리가 본당신부님께 어머니의 말씀을 전해 드리며
고해성사 보게 해달라고 요청을 드렸더니 신부님께서
장례미사 전에 꼭 성사를 보게 하겠다고 하셨는데
할머니의 아들들과 며느리, 손자등 냉담자들이 모두 고해성사를 보고
어머니의 장례미사에서 영성체를 했다는 것이다.
큰며느리에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할머니의 죽음이 기적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행복한 죽음,
할머니의 죽음은 정말 행복한 죽음이다.
행복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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