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어느 종교에나 “기도”가 없는 종교는 없습니다. 기도는 종교의 핵심입니다. 기도가 없는 종교는 더 이상 종교가 아니라 철학이요, 이념 집단입니다. 1요한 3,14b에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죽음 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 말을 다음과 같이 되풀이 하고 싶습니다.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 앞에서 죽어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특히 기도 중에서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을 맞이해서 묵주기도에 대해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이하 한국 가톨릭 대백과 사전 참조). 묵주기도의 본래 용어는 로사리오입니다. 로사리오의 뜻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장미 꽃다발”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한국 천주교 전래 초기부터 신자들 사이에서는 “매괴 신공”이라고 하였는데, 매괴란 중국에서 주로 많이 나는 장미과의 낙엽 관목으로서 향기나는 때찔레꽃입니다. 왜 하필이면 “장미 꽃다발”이라고 하였을까요? 이 사연을 들어보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 기원은 초기 교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교인들은 자기 자신을 신(神)에게 바친다는 의미로 머리에 장미꽃으로 엮은 관을 쓰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이를 보고 초대 교회 신자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장미 꽃다발은 하느님께 바쳤습니다. 특히 박해 당시 신자들은 원형 경기장인 콜로세움에 끌려가 사자의 먹이가 될 때 머리에 장미꽃으로 엮은 관을 썼는데, 이것은 이 관이야말로 하느님을 뵙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데 합당한 예모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때 박해를 피한 신자들은 밤중에 몰래 순교자들의 시신을 거두면서 순교자들이 썼던 장미관을 한데 모아 놓고, 꽃송이마다 기도를 한가지씩 바쳤다고 합니다. 이것이 묵주기도의 기원입니다. 묵주기도 안에는 이처럼 순교영성이 담겨져 있습니다. 내 자신을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장미 꽃다발을 만들 때에 한송이 한송이마다 성모송을 바칩니다. 그러니 성모님과 함께 꽃 한송이씩 엮어서 하느님께 온전히 드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신을 봉헌하려고 하는데, 우리가 너무나 연약하니깐 어머니의 도움을 받고 어머니의 도움에 힘입어 우리를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가 바로 묵주기도인 것입니다. 흔히 묵주기도를 불교의 염주와 뭔가 비슷하거나 염주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기원에서 보자면 전혀 다릅니다. 묵주기도는 내 자신의 삶이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되기를 바라는 순교정신이 담겨 있는 것으로서 2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고유한 것입니다. 박해 시대가 끝나 사람들이 순교의 삶을 살지 않아도 될 때가 되자, 순교정신을 이어받아 삶 전체를 하느님께 봉헌하고자 하는 은수자, 수도자들이 등장하였습니다. 그분들은 사막에서 매일같이 성경을 묵상하시면서 사셨습니다. 특히 매일 시편 150편 중에서 50편씩, 혹은 150편 전체를 소리내어 읽으셨는데, 이때에 작은 돌멩이나 곡식 낱알을 머리에 쓰는 관처럼 둥글게 엮어 하나씩 굴리면서 기도의 횟수를 세었다고 합니다. 박해시대의 장미꽃다발이 이제는 시편 다발로 바뀐 것입니다. 흔히 천주교 신자들은 성경은 잘 모르면서 묵주기도나 바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묵주기도의 역사를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말을 하지 않습니다. 묵주기도 자체가 시편 150편을 외우는 기도인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수도자, 성직자들, 그리고 열심한 평신도들이 바치는 성무일도가 탄생한 것입니다. 사실 기도 중에 가장 성서적인 기도가 묵주기도입니다. 묵주기도에 성모송이 들어간 이유는 옛날 글을 몰라서 성경을 읽을 수 없었던 신자들이 시편 대신에 주님의 기도나 성모송을 바치면서 묵주알을 굴렸던 데에서 온 것입니다. 곧 신자들은 성경을 묵상하고자 하는 열정에서 묵주기도를 바친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묵주기도를 할 때에 우리는 환희의 신비, 빛의 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를 묵상하는 것입니다. 구원 사건의 핵심들, 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들을 묵상하는 것입니다. 성모송 자체에도 삼위일체 신비가 담겨져 있습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여기서 말하는 은총이란 누구를 가리키는 것입니까? 은총의 샘이신 성령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 여기서 말하는 주님이란 누구를 가리키는 것입니까? 성부 하느님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 성모송 안에는 이처럼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성모님 안에 온전히 현존하고 있음을 묵상하며 성모님과 함께 기뻐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전반부에서 이렇게 성모님께서 온전히 삼위일체로 충만하심을 묵상하며 기뻐하고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 후반부에서는 성모님과 함께 기도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흔히 성모님께 기도하는 것을 우상숭배라고 말하는 일부 개신교 신자들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성모송을 가만히 보면 성모님을 신(神)으로 생각하고 기도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성모님은 기도의 동반자이십니다. “빌어주소서”라는 말은 ‘내가 하느님께 기도를 하는데, 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함께 빌어주십시오.’하는 원의가 담겨 있습니다. 파티마에서 성모님께서는 세 명의 어린이들에게 나타나셔서 묵주기도하는 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가장 가난한 이들의 기도”라고도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묵주기도는 가장 가난한 기도,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잘 모르는 우리들에게 가장 쉽게, 가장 깊게, 가장 뜻깊고 힘있게 바칠 수 있는 기도의 길을 제시합니다. 파티마의 세 어린이들까지도 바칠 수 있는 기도였으며 그 기도를 통해 많은 이들이 회개를 하고, 하느님을 깨닫고, 경건한 삶을 유지하였습니다. 성 비오 10세 교황님께서는 묵주기도만큼 아름답고 은총을 많이 내리게 하는 기도도 없다면서 묵주기도를 사랑하고 매일 정성스럽게 바치라고 유언하셨습니다. 선배 신부님 중에 한 분은 제게 매일 묵주기도 15단을 바치면 순결에 관련한 유혹에서 이겨 낼 수 있다고 하셨으며, 어느 노사제께서는 제게 당신이 한 평생 순결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묵주기도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주님,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제자들의 청원에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기도를 알려 주셨습니다. 이제 예수님께서 친히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를 더욱 풍성하게 바칠 수 있는 기도, 묵주기도를 더욱 열심히 바치도록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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