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태우는 마음
처음 이곳에 와서 겨울을 맞으며 느낀것은 이렇습니다.
아파트에만 살다가 시골로 내려와서 보니까
정말 정말 춥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이곳은 더 추운 것 같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천국을 살다가 겨울이 되면 바로 지옥입니다.
지옥을 면할려고 난방을 마음껏 하다보니
놀라지마십시요. 한달 난방비가 86만원이나 들었습니다.
오직 난방비만요...
아파트에서는 따뜻하게 살아도 20만원이 넘지를 않았는데...
하지만
오월부터 9월까지는 난방비가 1원도 나가지를 않습니다.
그리고 천국에서 산다는 것입니다. ㅎㅎ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겨울 월동 준비를 잘했습니다.
우선 베란다에 알미늄샷시로 외풍을 막고
도배할때 부직포랑 스치로폴을 먼저 붙였습니다.
바람이 새는 창문에는 문풍지를 달았더니 외풍이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걱정이 되어서 벽난로를 설치할까 아님 살까 하면서
여기저기 문의를 하고 알아봤지만 마루가 좁아서 벽난로는 공사가 힘들고
해서 난로를 하나 사기로 하고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아주 예쁘고 화려한 수입 난로가 많았습니다.
난로 값은 150~350만원인데 설치비가 200만원 정도 된다는 멜을 받고
놀라서 다 그만두었습니다.
우연히 들린 가게에 목탄난로가 있길래 하나 사왔습니다.
까다로운 시공을 거쳐 난로를 피웠습니다.
집안에 있는 나무 쪼가리는 남김없이 다 태웠습니다.
난로 위에 감자를 삶아 먹기도 했습니다.
어때요? 운치가 있죠?
오늘은 꽃을 태웠습니다.
지난 가을 늦게까지 피어있던 꽃들이 찬서리에 고개를 숙이지뭡니까...
뽑아두고 미쳐 태우지를 못한 것인데 오늘 그 꽃들을 태웠습니다.
낙엽을 태워보신 분들은 나뭇잎 타는 구수한 냄새를 아실것입니다.
나무는 종류에 따라 타는 냄새가 다름니다.
소나무는 솔향이 납니다. 마른 나무들은 장작타는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자연이 타는 냄새는 무엇이나 다 좋습니다.
놀라운 발견이 있습니다.
꽃을 태우면 무슨 향이 나는지 아십니까?
물론 꽃향이 나지요. 하지만 하나 더 나는 것이 있다니까요...
마른 호박 넝쿨도 태우고
고추대도 태웠습니다.
가지나무도 태우고 전지한 감나무 줄기도 태웠습니다.
자연이 타서 재가 되어 밭에 뿌려질 것을 생각하니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꽃을 태우는데
꽃은 타면서 향기를 내고 그향기 안에서 기쁨이 함께 타고 있더라구요...
그게 그냥 기쁨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내안의 사랑이 타고있던걸요....
내 삶이 끝나면
이 꽃들처럼
기쁨을 주고 사랑을 남기고 사라져야 한다는 깨달았습니다.
땅에서 나서 땅으로 돌아가는 꽃.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삶.
이 대림절에 저의 짧은 묵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