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수리, 까마득한 청공에서 대지를 내려다본다.
낮은 곳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나는 낮은 곳의 가난이나 배고픔은 모른다.
가장 높은 산이 있는 하늘의 제왕이며, 저위의 신처럼 창공에서 홀로 산다.
나의 외로움은 끝없는 천공의 외로움보다 크다.
나는 낮에는 한없이 냉혹한 맹수지만 밤에는 순한 양처럼
말없이 별과 달을 기다린다.
나는 늘 대지를 내려다보지만 아래를 볼 때도 절대 머리를 숙이지 않는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천공에서 살았다.
사랑하고 사랑받았다.
어느 날 익투스를 알기 전까지 나는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누구나 사랑을 합니다.
어느 선까지는 자신이 얼마나 열렬히 사랑하는지 설명하고 표현할 수 있죠
하지만 어느 단계에 이르면 언어로는 자신의 사랑을 설명하고
상대방의 사랑을 이해하는 데 한계를 느끼죠
바로 이 단계에서 춤이 시작되는 거예요.
물고기 중에 저와 제일 비슷한 건 날치예요.
저는 제 삶의 모든 시간을 춤추는 것으로 보내요.
저는 바닷속에서 그 누구보다 자유로웠어요.
어느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고, 원하는 것을 제 맘대로 하고,
무엇보다 발레와 팬터마임을 사랑하는 익투스였어요.
어느 날 독수리를 만나기 전, 그전까지는 말이죠.
나이가 들면 모두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나도 내 생의 말년에 가보지 못한 끝도 경계도 없는 짙푸른 물, 대양 너머로 날아갔다.
그날도 나는 두려움 속에서 먼 바다를 향해 날고 있었다.
그런데 어는 순간 반짝이는 투명한 물비늘을 가르고
알 수 없는 물체가 화살처럼 허공으로 튀어 올라
분홍빛 자개 같은 몸을 비틀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감독적인,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나는 마법에 빠진 듯 허공에 얼어붙었다.
제 주위를 불나방처럼 맴돌며 달라붙는 그 어떤 것도 제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어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던 거죠.
전 저 자신에게 물었어요.
'왜 네 가슴의 문은 닫혀 있지?
아니야, 그렇지 않아
오히려 활짝 열려 있는걸'
하지만 전 다른 물고기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저는 저와는 다른 것, 뭔가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것을 원했죠.
언젠가 그가 나를 찾을 것이고 우리는 만날 것이라고 믿었죠.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던 날 저는 그 광경을 보고 참을 수 없어 춤을 추기 위해
수면 위로 튀어 올랐죠.
그 순간 그때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아름다운 것이 공중에 떠 있었죠.
독수리는 바닷속으로 자취를 감춘 익투스의 자리를 도저히 떠나질 못했고
수면과 수평으로 원을 그리며 그 근처를 돌고 또 돌았어.
익투스를 사랑하게 된 거지
익투스도 공중에 오랫동안 머물러 숨이 가쁘고, 가슴이 터질 듯했지만
독수리가 눈에 어른거려 바닷속에서 오래 기다릴 수가 없었어.
다시 힘껏 수면 위로 솟아올라 춤을 추었지.
그것에 맞추어 독수리도 멋진 활강과 선회를 보여주었지
이렇게 그들의 춤은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
익투스는 바다에
독수리는 하늘에 속한 피조물이어서 둘은 짝이 되지 못했지만 헤어지지도 못했지.
어느 날 마침내 익투스가 바닷물의 수온이 내려가 따뜻한 바다로 이동을 해야 했지...
독수리는 애원을 했지.
"가지 말라고. 제발 이 바다를 떠나지 말라고"
" 알았어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감수하겠어요."라고 익투스가 말했지.
익투스는 이동하는 무리에 끼지 않고 그 바다에 남아 독수리와 함께 하다가 죽을 생각이었어.
독수리는 그녀의 죽음을 원하지 않았어.
그녀가 죽는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괴로움이었으니까.
독수리는 다른 물고기들과 이동을 하라고 익투스를 설득했지.
그리고 자신은 익투스를 따라가기라고 마음먹었어.
가장 가까이서 가능한 멀리 힘이 닿는 데까지.
물고기들의 대이동
독수리는 공중에서
익 투수는 바닷속에서 수평선을 향해 나아갔지.
하지만 그들은 너무 멀리,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너무 멀리 갔지.
길고 고단한 비행에 독수리는 더 이상 날갯죽지에 힘을 실을 수 없었고, 곧 죽을 것 같았지.
마직막의 그 순간에 익투스는 독수리를 향해 춤을 추었고,
익투스도 가장 멋진 춤으로 응답하다가
독수리가 바닷속으로 떨어지는 그 순간 그들은 마침내 만나게 되었지.
그들은 상대방의 낯썬 매력에 빠져들곤 한지. 하늘과 바다는 수평선에서
서로 맞닿을 수 있지만 절대 하나가 될 수 없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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