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들의 이야기

엄마에게 불러드린 마지막 노래

마가렛나라 2016. 5. 7. 01:59

요즈음 제가 하는 일은 잡풀을 뽑는 일입니다.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습니다.

상추 보다 잡초가 더 많고 잔디 보다도 잡초가 더 많습니다.

잡초를 뽑는데 기분은 힐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춥지도 덮지도 않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하늘도 나무도 싱그럽기만 합니다.


문득 저의 친정 엄마가 부르던 노래가 떠올라 불러 보는데

한소절을 부르고 나니 가사가 전혀 생각이 나지를 않고 멜로디만 입가에 맴돕니다.


스마트 폰으로 검색을 하니 가사가 나옵니다.


앞강물 흘러흘러 넘치는 물로도
떠나는 당신길을 막을 수 없거늘
이 내몸 흘리는 두 줄기 눈물이
어떻게 당신을 막으리오

궂은비 흐득이니 내 눈물 방울
밤빛은 적막하다 당신의 슬픔
한 많은 이 밤을 새우지 마오
날새면 이별을 어이하리

홍상을 거듬거듬 님 앞에 와서
불빛에 당신 얼굴 보고 또 보면서
영화로 오실날을 비옵는 내마음
대장부 어떻게 믿으리까

김능인 작사/문호월 작곡/이은파 노래/
1935년 9월 오케레코드



이 노래는 저의 어머니의 18번이었습니다.

기분이 좀 좋으시거나 누가 노래를 시키면 항상 부르시던 노래입니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저보다 고우시고 노래도 잘 부르셨습니다.

저한테는 항상 이미자씨의 노래를 시키시고 당신은 늘 앞강물을 부르셨습니다.

모처럼 어머니를 만나도 엄마는 저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하셨습니다.


비 오는 낙동강에 저녁노을 짙어지면
흘러보낸 내 청춘이 눈물 속에 떠오른다
한 많은 한 평생에 눈보라를 안고서
모질게 살아가는 이내 심정을
저 강은 알고 있다

밤안개 짙어지고 인적 노을 사라지면
흘러가는 한 세상이 꿈길처럼 애달프다
오늘도 달래보는 상처 뿐인 이 가슴
피맺힌 그 사연을 서런 사연을
저 강은 알고 있다


하루는 어머니께 여쭈었습니다.

왜 이노래를 그렇게 좋아하시냐고

내 인생같아서.....

모질게 살아온 내 마음을 누가 알꼬....하셨습니다.

그 후부터 엄마가 부르라고 하시면 백번이라도 불러드렸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시기 이틀 전에 엄마는 저에게 또 노래를 부르라고 하셨습니다.

이 노래는 제가 어머니께 불러드린 마지막 노래였습니다.


한 많은 한 평생에 눈보라를 안고서
모질게 살아가는 이내 심정을
저 강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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