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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개의 이야기

마가렛나라 2014. 8. 29. 00:00

발명  

최초의 인간이 이 땅에 왔을 때 그는 세상이 텅 비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칠 때까지 사방을 헤매고 다녔다.

그러다가 다리 네 개가 있어서 사람이 그 위헤 앉아 쉴 수 있어야 하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의자를 발명해 냈다. 그는 의자에 앉아 먼 곳을 쳐다보았다.

아름다웠다. 황홀했다. 하지만 엄청나게 멋있게 보이지는 않았다.

뭔가 부족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 그는 발을 그 밑으로 쭉 뻗고, 그 위에 팔꿈치를 괼 수 있는

어떤 물건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탁자를 발명했다. 그는 다리를 그 밑으로 쭉 뻗고, 그 위에 팔꿈치를 괸 채 먼 곳을 응시했다.

아름다웠다. 먼 곳에서 바람이 차츰 다가오며 먹구름을 몰아오고 있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름답지 않았다. 바람과 빗물을 막아줄 수 있도록 뚜껑이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집을 발명했다.

그는 의자와 탁자를 그 안으로 가져가 다리를 쭉 뻗고, 팔꿈치를 괸 채 창문을 통해 비를

쳐다보았다. 아름다웠다.

빗발 속에서 한 사람이 나타나더니 집 쪽으로 다가왔다.

잠시 쉬었다 가도 될까요? 그 사람이 물었다. 괜찮아요. 그렇게 하세요.

최초의 인간이 말했다. 최초의 인간은 그 사람에게 앉을 수 있는 의자, 다리와 팔꿈치를 위해 만들어진 탁자,

바람과 빗물을 막을 수 있도록 별과 지붕이 있고,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문과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이

있는 집 등 자기가 발명한 모든 것들을 보여주었다.

그 모든 것들을 직접 만져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그 사람에게 최초의 인간이 물었다.

그런데 당신은요?

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바람과 비를 발명했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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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름짓기

 

                고양이 이름짓기란 어려운 일이다.

                휴가를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놀이가 아니다

                고양이가 다른 이름 셋을 가져야 한다고 내가 말하면

                당신은 즉시 내가 아주 화가 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제일 먼저 가족이 매일 부르는 이름이 있다.

                베드로, 아오스딩, 죠오지,빌 베일리 같은

                그 모두는 알아들을 만한 일상적 이름들이다.

                물론 좀더 환상적 이름들도 있다

                당신이 더 멋있게 들린다고 생각한다면

                몇몇은 신사들을 위한 것, 몇몇은 숙녀들을 위한 것

                플라노, 아드메트스, 엘렉트라, 디메터

                그러나 그 모두는 무난한 일상적 이름들이다

               

                그러나 고양이는 특별한 이름이 필요하다

                하나의 특이한 이름, 좀 더 위엄있는 이름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가 그의 꼬리를 하늘 높이 치켜세울 수 있겠으며

                그의 수염을 펼칠 수 있으며 긍지를 품을 수 있겠는가

                이같은 종류의 이름은 당신이 원하는대로 줄 수 있다.

 

               문쿠스트랍, 콰소, 코리고파룸,

               봄바루리나, 혹은 렐리로룸

               단 한 마리 고양이에게 주어진 이름들

 

               그러나 그밖에 또 한 이름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이름은 당신이 도무지 짐작할 수도 없다

               어떤 사람의 연구로도 찾아낼 수 없는 이름

               그러나 그 고양이 자신은  안다

               그러나 절대로 고백하지는 않을 것이다

               깊은 명상 중에 있는 고양이를 당신이 주시할 때

               그 이유는 항상 똑같다

               그의 마음은 황홀한 관상에 잠겨 있다

               그의 이름에 대한 생각, 생각, 생각에

               이루 말할 수 없는, 표현할 수 없는

               정녕코 말할 수 없는

               심오하고 불가사이한 단 하나의 이름

 

                             -   T. S. El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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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들이 계속 키스를 하고 있는 이쯤에서 이야기를 끝내는 편이 좋을 것 같아. 동화는 끝이 행복하고, 낙원 이야기는 반대로 시작이 행복하니까. 그럼 다시 한번 시작해 볼게.

세상이 아주 어렸을 때는 살아가는 방법도 배워야 했었다. 별들은 별자리를 만들기 위해 함께 모여들었다.몇몇 별들은 커다란 곰자리를 만들기 전에 맨 처음에는 기린을 만들어 보고 , 그 다음에는 야자수, 그 다음에는장미를 만들었다. 다른 별들은 작은 소녀를 만들었다가 마침내 처녀자리를 만들어 냈다. 나머지 별들도 산양자리, 용자리, 황소자리, 백조자리를 만들었다.

돌한테는 사정이 더 쉬웠다. 즉시 단단하고 무겁게 되었다. 그래서 제일 첫 번째 완성품이 되었다.

태양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뜨고 져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다르게 해보려고도 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노래를 불러보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너무 나빠 이제 막 태어난 것들이 무척 예민했기 때문에 세상이 온통 공포의 도가니가 되었다.

달은 오랫동안 무엇을 배워햐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빛을 비춰야 할까? 낮에는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았고, 밤에는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았다. 결국 달은 아무것도 결정지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둘 다 하기로 했다. 몸을 부풀렸다가, 줄였다가 하면서 꽉 채우기도 하고, 완전히 텅 비워내기도 했다. 달이 배운 것은 끝없는 변신이었다.

물은 흘러가는 법을 배웠다. 흘러가기 위해서는 단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아래로, 아래로, 언제나 아래쪽으로만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람은 오랫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래서 아무것도 아니었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자기가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터득하게 되었다.

사는 것이 아주 쉬웠다. 각자 간단한 사실만 발견하면 그것으로 족했다. 물론 불과 나무의 사정이 달랐고, 물고기와 새의 그것이 달랐고, 뿌리와 나뭇가지의 그것이 달랐다.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기까지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 다음부터는 모든 것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처럼 보였다. 비는 땅을 만나려면 구름에서 밑으로 떨어지기만 하면 되었고, 인간은 모든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려면 눈만 뜨면 되었다. 모두들 자기 자신에게 가장 쉽다고 생각되는 것만 하면 되니까 세상이 아주 잘 돌아갔다.

그때만 해도 세상이 아직은 잘 돌아가고 있었지... 세상이 아직 어렸을 때는...

- 독일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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