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주일
노인빈(엑벨트) 신부 | 청북성당 주임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예수님께서 활동하며 하신 말씀입니다.
가톨릭 사전에는 ‘회개’에 대하여 ‘하느님과 그분의 뜻에서 벗어나 살던 사람이 자기 죄를 뉘 우치고
하느님에게 돌아가는 행위’ 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가톨릭 교회 교리서 1435항을 인용해, ‘일상생활
에서 회개는 화해의 행위,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 정의의 실천과 타인의 권리 옹호, 형제 들에게 잘
못을 고백함, 형제적인 충고, 생활에 대한 반성, 양심 성찰, 영적 지도, 고통을 받아들임, 정의를 위해 박
해를 견딤 등으로 실현된다.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가장 확실한 회 개의 길이
다’라고 설명합니다. 좀 더 읽어 내려가면 ‘하느님께 돌아오는 이 전향은 지은 죄에 대한 고통과 후회 그
리고 다시는 죄짓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회개는 과거와 미래에 관계되며 , 자비로
운 하느님에 대한 희망으로 힘을 얻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모두 3페이지에 걸쳐 빼곡히 씌여져 있는 원문을 다 옮기기에는 지면이 부족합니다만, 회개 란 하느
님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삶을 말하며, 회개의 결과로 우리의 삶이 달라진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
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아는 것과 별개로 우리의 삶은 하느님 중심이지 못할 때가 많이 있기 때문
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타협을 할 때가 ‘많아도 너무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 봄이면 꽃구 경, 여름
엔 바캉스, 가을엔 단풍구경, 겨울에 눈 축제, 볼 것은 왜 이리 많은지 당최 알 수가 없습니다. 날이 좋으
면 너무 좋아서 약속이 생기고, 비가 오면 마음이 우울해서 주일미사에 참례하기가 어렵습니다 .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었어’, ‘다음 기회에…’, ‘언젠가는…’, ‘고해성사를 언제 해야 하지?’ 등의 생각을 하게 됩
니다. 미국 천주교회에서는 ‘카페테리안 신자’라는 표현이 있다고 합니다. 교회의 교리나 가르 침을 카페
에서 메뉴 고르듯이 필요한 것만 취사선택하여 자신의 편리에 따라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를 일컫는 단
어라고 합니다.
아마도 회개가 더욱 어려워지는 까닭은 이와 같이 신앙생활에 있어서 너무나 많은 타협과 편식을 하
기 때문에 내가 회개를 해야 하는지, 회개의 상태에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상태에 빠져있어서 일지도 모
릅니다. 왜 우리는 이런 상태에 빠져들어 살아가게 되는 걸까요?
마음의 본질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회개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것은 바로
하느님보다 내 자신을 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기도에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진지하게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고 깨닫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내 삶은 여전히 내 자신만을 먼저 사
랑하며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제자들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 고 주님을
따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삶 자체가 주님과 더 멀어지게 될 것이고 하느님의 나라 도 더 멀
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며, 우리의 구원자체가 더 희미해지고 어두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이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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