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 있는 헤이리 마을에 가면
작은 연못이 있습니다.
연못이라기 보다는 습지라고 해야 옳을 것 같습니다.
갈대 습지지요.
파아란 가을 하늘에 찬란히 빛나던 태양이
갑자기 작은 구름 속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어느 날 갑자기 저 해처럼 갑자기 숨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삼십년을 훨씬 넘게 살아온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정말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버리고 사라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때 저는 사람들 속에서 사라지고 싶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누구의 위로도 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무 말도 하기가 싫었습니다.
눈을 뜨는 것도 싫었습니다.
숨조차 쉬고 싶지 않았지만 그건 뜻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갑자기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 해처럼 숨고싶었습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 곳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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