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따라

은경축

마가렛나라 2005. 6. 15. 22:18
지난 12일에 남천동 성당에서
아주 특별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본당신부님이신 김영진 바르나바 신부님의 25주년 은경축
그리고 본당설정 65주년 기념식입니다.
본당설정 기념식에서는 여러가지 게임을 하고
경품행사가 있었습니다.
저는 김영진 신부님의 은경축 미사를 하면서
남다른 감회가 있었습니다.
은경축 행사에는 많이 참석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더 다른 감동을 받았기에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성당입구에 방명록이 있고 
왼쪽으로 신부님께 드리는 헌시와 축하글을 쓰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림이 작아서 헌시가 잘 보이지를 않습니다.
김영진 신부님은 참 좋으신 분이십니다.
1954년에 강원도 횡성에서 출생하셨고
1980년 2월 25일에 사제로 수품되셨습니다.
정식으로 은경축 행사를 한다면 지난 2월 25일에 했어야했습니다.
그러나 신부님께서 그날 도망을 가셨고
하는 수 없이 타협한 것이 본당설정 65주년 행사에
곁다리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군종을 하셨고 본당주임도 하셨고
뉴욕 교포사목도 하셨습니다.
저서로는
밀가루 서말짜리 하느님
자동판매기가 되신 하느님
세수는 매일 하십니까
성서 안의 사람들등입니다.

축하미사에 참 많은 신부님들이 오셨습니다.
분명히 주일날인데도 
신부님들께서 다른 신부님께 본당미사를 부탁하고 오셨답니다.
처음 미사를 시작하시면서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이
"어제밤에 저에게 여러가지로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려고 기도하면서
명단을 작성해보았어요. 빡빡하게 써도 4장이 넘었습니다. '저는 한것이 없고
모든 분들의 도움으로 오늘 여기까지 오게 된것이구나' 하고 생각하니
참으로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하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미사를 드리기전에 밤새 기도하신 훌륭하신 신부님께 
저절로 기도가 나왔습니다.
앞으로 금경축때는 더 멋진 모습으로 주님을 찬미하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빌었습니다.

신자들은 연회장을 아주 정성스레 준비하였습니다.

담장가에는 장미와 십사처가 아름답고도 슬프게 둘러쳐저 있었습니다.
미사중에 강론은 친구 신부님이시고 서울 가톨릭대학 교수로 계시는
이재룡신부님께서 해주셨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축하식에서는
먼저 신부님의 어머님을 앞자리에 모시고
외삼촌이신 최기식신부님을 모시고 시작했습니다.
고운 한복에 너무나 젊으신 어머님은 신부님의 애인같았습니다.
누이라고 하기에도 너무젊어보이셨습니다.
축사는 친구이신 홍승식신부님께서 하셨습니다.
두분은 열두살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동거동락하신 사이랍니다.

교우들은 마당 여기저기 그늘을 찾아 식사를 하고 계십니다.
홍신부님께서는 머리가 대머리신데 김신부님께서 큰소리로 
홍신부님 한테 아저씨라고 부르시더래요.
홍신부님께서는 머리가 하얀 우리 김신부님에게
할아버지 ! 할아버지! 하고 두번을 불러서 복수를 하셨다고...
신자들은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김신부님은 사인펜으로 '서두르지 말고, 화내지 말고, 반말하지 말고'
커다랗게 써서 책상 앞에 붙여두셨는데
자기 관리가 철저한 분으로써 
희생정신이 강하고 항상 노력하시며 헌신과 봉사를 하시는 분이시랍니다.

신부님 옆에 서 계시는 분은 신부님의 어머님이십니다.
단아하시고 젊으셔서 어머님이 아니라 애인같으시죠?
김신부님과 외삼촌 최기식신부님, 막내동생신부님, 여동생 수녀님
친척신부님등 성직자 수도자 많으신 가정이었습니다.

제 옆에서 사진을 찍고 계시는 할아버지는 멋진 수염과 멋진 의상으로
주위의 시선을 끌고계십니다.
 
케잌 절단식을 하는데  폭죽과 함께 눈을 뿌리며 축하의 박수와
건배를 하였습니다.

성당 담장에는 넝쿨장미가 한창입니다.
홍신부님께서 진정한 친구에 대해서 말씀 하시며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알곡과 쭉정이의 비유를 보면
같이 썩여있으면 구별이 힘들듯이 사람도 진짜와 사이비
즉 알곡과 쭉정이의 구별은 시련중에 들어납니다.
제가 성당을 짓다가 부도를 당하고 와중에 부친을 읽고 너무나 힘든시기에
사제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결국 사제의 삶을 포기하기로 결단을 내리고
짐을 다 싼다음 김신부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김신부님은 너무나 바쁘신 가운데 만사를 제쳐두고 오셔서
함께한 지난 40년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면서 
저를 설득하여 제가 지금 사제로 다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친구가 무엇인가?
진정한 목자가 무엇인가?
만약 그때 김신부님을 만나지못했다면 오늘의 저는 없습니다.
목이 메여 말씀하시는 신부님의 떨리는 목소리에
저는 수건을 꺼내야만 했습니다.
여러분, 사제는 기도를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누군가가 사제들을 위하여 기도하기에 
사제들은 사제로서 살아가게 됩니다.
기도와 성원이 정말 필요합니다.
사제다운 삶과 신자다운 삶을 살기위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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