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목적

추기경님을 떠나 보내며...

마가렛나라 2009. 2. 20. 20:01

 

 

떠나가시는 추기경님의 마지막 미사에 함께 하고 싶었지만

초대된 사람 말고는 아무도 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을 하고 있는데

대녀가 말했다.

'대모님, 내일 장지에 가시면 되잖아요.'

 

요즈음은 머리가 팽글팽글 돌지가 않는다.

 

오신부님 어머님께 전화를 드려서 같이 가자고 했다.

쾌히 반기시며 그러자고 하셔서

아침 미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출발했다.

11시에 성직자 묘역에 도착했는데 주차장에는 차를 댈 수가 없다고

안내하시는 분들이 길 옆에다가 차를 대란다.

반대편 산 언덕에 차를 대고 산길을 걸어서 가는데

벌써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차 안에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어제 내린 눈 탓에 길에는 소금이 뿌려져있고

차가운 바람은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봉사자들이 손난로라고 하는 보온기팩을  하나씩  나누어준다.

그런데 추기경님의 따스한 사랑이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갑자기 목구멍이 뜨거워 진다.

 

 

 

찬바람이 부는 성직자 묘역은 모든 준비를 끝내고

추기경님의 도착만을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택을 다듬고 아저씨가 올라온다.

저곳이 추기경님께서 묻히실 곳이다.

노기남 대주교님의 옆에서 외롭지 않을 것도 같지만

많은 이들이 한마음으로 모여있으니 하늘에서 보시고

그 인자하신 미소를 보이실 것 같다.

그런데 또 눈물이 맺힌다.

 

묵주기도를 하며 기다리는데 옆사람이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미사가 끝나고 이제 출발한다는 내용이다.

사람들은 도착할 시간을 계산하며 40분쯤 걸린다는둥 50분은 걸린다는 둥

점을 친다.

 

연도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쯤 있으니까 MBC라는 글씨가 뚜렷이 보일만큼 낮게뜬 헬리콥터 한대가

너무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통에 연도 소리가 들리지를 않는다.

 

연도가 두번 끝나고 수없이 많은 성가를 부르며 추기경님 오시기를 기다린다.

 

 

 

 

하얀 국화꽃을 손에들고 오신 자매님의 마음이

너무나 예뻐보였다.

하지만 속으로 저 꽃을 언제 봉헌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이 되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묘소근처에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추기경님의 영정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났다.

참 많은 분들이 운다.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모른다.

워낙에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통로변에 자리를 잡을 수가 있었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조금이라도 머리를 내밀거나 팔을 뻗으면 봉사자들이 중지시켰다.

그래서 나는 자리에 앉았다.

앉아있으니까 보이지 않아서 방해가 되지를 않았다.

좋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새신부님들이 경건하고 엄숙한 모습으로 운구를 옮기신다.

순식간에 내 앞으로 추기경님이 지나가신다.

깊은 절을 하면서 성호경을 그으며 하느님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사시라고

기도드렸다.

그런데 어디서인지 모르지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일어났다.

더이상 추기경님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는데도 말이다.

 

 

 

떠나가시는 추기경님의 관을 만지시는 분은

어떤 분이실까?

나는 신부님들의 사이에 보이는 추기경님의 관을 조금이라도 찍어둘려고

샷터를 눌렀는데

추기경님의 뒤를 따라가던 분이 관에 손을 대면서

애틋한 정을 나누시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찍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이 사진을 보게 된 것이다.

가슴이 애잔하며 찡해온다.

 

 

 

하관예절은 볼 수가 없었다.

좀전에 TV로 보았을 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둘러쌓인 이곳에서

사진을 찍을수가 없다.

사다리를 놓고 사진을 찍고 있는 어떤 기자에게

한번만 찍어달라고 내 카메라를 주면서 부탁했다.

하지만 그는 매몰차게 거절했다.

'나 지금 그럴 시간이 없어요.'

 

다행히 사람들 사이에 카메라를 넣고 무조건 눌렀다.

팍팍팍

다행히 한장은 제대로 나왔다.

 

'추기경님, 당신께서 이젠 저 차디찬 땅속에 계십니까?'

그분의 육신은 여기 두고 가시지만

영혼은 하느님과 함께 하시겠지...

 

 

 

 

모든 일정이 끝이나자 사람들은 친분이 있는 신부님의 묘소를 찾아가서

열심히 기도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모든 예식이 끝나니까 어느새 오후 3시가 되었다.

갑자기 배가 고파왔다.

그래도 김신부님을 찾아가서 기도를 드렸다.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이

오늘 따라 더 처참해 보였습니다.

'내가 너희를 대신해 고통을 받고 있으니

너희들은 행복하게 살아라'

정말 그렇게 말하시며 잠들어 계시는 모든 사제들을 보살펴 주시는 것 같다.

주님, 모든 사제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들에게 비추소서....

 

 

사제들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도

모든사제들을 위하여 빌어주시고...

 

 

 

48세의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하신

김창수 마르티노 신부님,

주일학교 교사시절에 더 친해졌었고

돌아가실 때 까지 연을 이어갔던 신부님께

평화의 안식을 주시라고 기도 드렸다.

 

모든 그리움을 뒤로하고 떠나야 하는 우리는

추기경님의 유지를 받들어

감사와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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