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따라

노수사와 아가씨 5

마가렛나라 2008. 4. 12. 02:17

아가씨와 젊은 수사는 일단 방으로 들어갔다.
텅빈 방 아랫목에 이불이 두채가 달랑 놓여있을 뿐, 아무것도 없는 방이다.
베낭을 내려놓고 밖으로나와 세수도 하고 손발도 닦았다.


어제 낮에 홍도에서 등산을 했다.
홍도에는 산이 딱 하나있다.
그 산 봉우리를 깃대봉이라고 불렀다.
해발 600미터라고 하는것 같았는데 산이 가파르고 동백나무도 많았다.
산 정상에는 나무가 별로 없었다.
여름이라 산나리가 아주 귀여운 얼굴을 내비치며 바람에 한들거리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면 어디선가 이름모르는 아름다운 꽃향기가 바람에 실려와서 마치 천국을 거니는 듯 기분이 좋았다.
산 중턱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산이 가파르다보니 숨이 차서 헐떡이며 올라가는데 발을 딛을려고 하는 그 자리에
끔찍하게도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아가씨는 하마트면 그 뱀을 밟을 뻔 했다.
놀라서 옮기려던 발을 다시들어서 그 옆자리를 밟으며 마구 뛰었는데 딱하고 발목에 뭐가 쏘는 것이다.
그 순간 하늘과 땅이 갈라지는 것 같은 아픔과 통증으로  저절로 눈물이 났다.
세분 수사님들이 일제히 아가씨를 향해 물었다.
"무슨 일이야?"
아가씨는 분명히 뱀에게 물린줄 알고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물린자리를 확인했다.
뱀을 보고 너무나 놀란 나머지 심장도 덜덜 떨리고 손발을 부들부들 떨면서 보니 땡벌의 침이 박혀있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아가씨는 일단 안심을 하고 그 침을 뽑았던 것이다.

 

 


발을 씻으며 보니 어제 벌에게 쏘인 자리가 벌겋게 부어올라있었다.
다시금 생각해도 뱀에게 물리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그리고 요를 깔았다.
하나는 저쪽 벽으로 하나는 방문 쪽으로 요를 깔고 가운데는 비워두고서 보이지 않는 삼팔선을 그린것이다.
아가씨가 문쪽으로 먼저 누웠다. 아주 편안하게...
그리고 젊은 수사에게 자라고 권했다.

 


한여름 밤에 그것도 여관방에서 젊은 수사와 미모의 아가씨가 누워있으니까 분위기가 참 어색했다.
어색한 그 분위기가 싫은 아가씨가 젊은 수사에게 말을 걸었다.
"수사님, 수사님 고향이 어디세요? "
"수사님, 수사님 부모님은 뭐하세요?"
"수사님, 수사님은 몇남매세요?"
"수사님, 수사님은 어떻게 하다가 수도원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젊은 수사는 고향이 어디이며 부모님은 농사를 짓고 계시고
가족은 몇남매이며..."
질문에 열심히 대답을 한다.
분명히 얘기를 듣고 있었는데 눈을 뜨니 어느새 날이 밝아 방문으로 눈부신 아침햇살이 비치고 있지않은가...

어제밤에 말을 시킨 기억이 어슴프레 나며 그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한 아가씨가
"제가 많이 피곤했나봐요. 금방 잠들었죠?" 하고 물었다.
약간 섭섭하다는 투로 젊은 수사가 말했다.
"얘기 하라고 해서 한참 얘기하니까 내얘기는 듣지도 않고 자던데요..."

 

 

밝고 명랑한 우리의 아가씨는 젊은 수사에게 자기를 바래다 주어서 고맙다고 고맙다고 몇번이나 인사를 했다.
흑산도에서 목포로 나오는 배를 타고 손을 흔들려 하룻밤을 함께 보낸 젊은 수사와 작별을 했다.

 

 


25년 뒤

이 아가씨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수도원을 방문했다.
세 분의 수사님을 다시 만났다.
할아버지 수사님은 문지기 수사님이시고, ,연세가 드신 스테파노 수사님은 이런 저런 일을 하고 계시고,
젊은 수사님은 온실에서 열심히 농사를 짓고 계셨다.

 

 

세 분 수사님들은 모두 늙지도 않으시고 옛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신체
열심히 일하시고  열심히 기도하시며 봉헌생활을 하고 계셨다.
우리는 재회의 기쁨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우리의 여원한 동반자이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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