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의 아가씨가 돌아가야 할 날이 다가왔다.
그런데 수사님들은 며칠 더 이곳에서 쉬시기로 했다.
휴가가 끝난 아가씨와 아직 더 머물러야 하는 수사님들,
목포로 바로가는 배가 없던 시절이라
흑산도에서 하룻밤을 보내야하고 아가씨는 혼자 갈 수가 없다.
이를 어쩌나...
노수사님께서 제안을 하셨다.
"우린 나이가 많아서 힘이 드니까 스테파노 수사가 데려다주고 와~~"
젊은 수사와 아가씨는 저녁때가 되어서 통통배를 타고 흑산도로 들어갔다.
좀 일찍 도착해서 덕분에 흑산도 성당에 들려서 저녁미사를 할 수 있었다.
신부님들이 귀하던 그 시절에 이 시골섬마을의 작은 성당에서
세분의 신부님들께서 합동으로 미사를 하시니 정말 운이 좋았다.
미사를 참예하는 아가씨도 덩달아 신이났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축복을 주신다면서...
저녁도 먹었고, 미사도 드렸고, 이젠 잠만 자면 된다.
일단 사제관에 들려서 벨을 눌렀다.
사무장인듯한 분이 문을 열어주었다.
젊은 청춘 남여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성당에서 좀 재워주시면 안될까요? 저는 ㅇㅇ 수도원의 수사입니다."
그러나 그 양반은
놀부 마누라가 흥부 내쫓는 것 보다 더 차갑게 쌀쌀맞게 두사람을 내쫓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한심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젊은 청춘 남여가 사제관에 들어와서 자기가 수사니까 재워달라고 하니
휴가철에 그걸 믿을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아마도 돈없는 젊은 이들이 공짜로 잘려고 하나보다 했을것이다.
그건 누구라도 믿지못했을것이다.
난감한 이 아가씨가 그래도 용기를 내서 말했다.
이젠 여관을 구해서 자는 수 밖에 없다고...
모르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그 시절, 흑산도의 작은 섬마을에 모텔이라는 것도 없었고, 호텔은 더더욱 없었고
고급여관도 팬션같은것도 없었다.
단지 이름만 여관이지 여인숙과 다를바 없는 여관이 있을 뿐이었다.
여관집 마당에서 세수를 해야하고 화장실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집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벽을 뚫어서 형광등을 이방과 저방 사이를 걸쳐 두 방이 함께 사용해야하는 방은 아니었다.
여관 주인은 방이 없다면서 외진 문간방을 하나 주었다.
문을 열어보니 가구도 하나 없고, 거울도 하나 없는 작은 방이었다.
아랫목에 이불과 요만 달랑 있을 뿐이다.
아가씨는 그저 잠을 잘 수 있다는 것만이 다행이고 기뻤다.
얼마나 다행인가?
방이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이 ...
아시는바와 같이 어차피 이 아가씨는 여관방에서 혼자는 잠을 못자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방문을 열고 둘이서 방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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