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응답*
6.25동란 직후에는 전쟁 고아들이 많아서 거리에 거지들이 많았습니다.
부산의 어느 시장에 있는 음식점에는
매일 거지들이 몰려와서 깡통을 내밀었습니다.
그 집 주인은 "자, 뜨끈뜨끈한 국물도 받아라." 하며
거지들이 밥을 얻으러 올 때마다 조금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친절하게 대했습니다.
그 무렵에는 모두들 먹고 살기가 어려워
거지들이 오면 쫓아 버리기 일쑤였지만
이 음식점만은 거지들에게 밥을 주었고 친절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거지들은 이 음식점엘 부담없이 들러 밥을 얻어먹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초가 거지들을 모아놓고 주의을 주었습니다.
"밥 잘 주는 그 집은 될 수 있는대로 가지 말아라."
아무래도 거지들이 자주 드나들면
손님들이 좋아할 리 없을 거라고 생각한 왕초의 결정이었습니다.
그래서 거지들은 다른 데서 밥을 얻지 못했을 때만 그 음식점엘 찾아갔습니다.
한편 음식점 주인은 거지들의 발걸음이 뜸하자
혹시 자신이 선운하게 대해 그런 건 아닌지
한 꼬마 거지에게 넌지시 물었습니다.
"왜 요즘은 잘 안오니?"
"우리 왕초가 너무 신세지지 말랬어요."
그제서야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얘야, 밥을 얻어먹지 못하더라도 도둑질은 절대로 하지 말고
배고프면 우리 집으로 와라."며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그 뒤 음식점은 장사가 잘되어 옆에 옷가게도 같이 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이듬해 겨울, 시장에 큰 불이 났습니다.
바람이 몹시 강했고,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은 늦은 시간이어서
불은 속수무책으로 옆으로 옆 가게로 자꾸 번져
온 시장 건물을 다 태워 버리는 듯했습니다.
이튿날 아침, 사람들은 몹시 놀란 모습으로
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가게들은 모두 잿더미로 변했는데,
한 음식점과 옷가게만은 멀쩡했던 것입니다.
밤새 거지들이 그 음식점과 옷가게에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물을 갖다 부었기 때문입니다.
가톨릭 사회복지회
박상호 요한 신부님의 글
*사랑은 응답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