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소공동체 모임
서론 : 교리교육 총지침 178항에서는 어린이들의 교리교육 장소로 가정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신앙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와 가정과 아이가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한다는 것이다. 그 사례로서 우리 본당(정자꽃뫼성당)의 어린이 소공동체 모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론
1. 기존의 주일학교 교리에서 어린이 소공동체 모임에로의 전환
1)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나는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로 6년간 봉사한 후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때 본당신부님은 주일학교 경험이 있는 사람이 청소년분과장을 맡아야한다고 생각하셨고, 나에게 그 일을 맡기셨다.
2) 신부님께서 처음 시키신 일은 초등부 교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을 돕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여 어린이 소공동체 모임을 조직하는 것으로, 그 목적은 말씀을 통해 성서와 친숙해지고 나눔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과 이웃사랑을 스스로 체험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교육장소도 교실에서 학년별로 교리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구역별로 아이들이 한 집에 모여 모임을 가짐으로써 친교와 우애를 다지게 하고자 했다.
3) 이 계획이 발표되자 처음 반발이 일어난 곳은 주일학교 교사회였다. 교사들 간에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격렬하게 엇갈렸다. 찬성한 쪽은 기존의 교리교육방법의 한계를 절감하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던 교사들이었다. 반대한 쪽은 바쁜 중에 겨우 시간을 내어 봉사를 하고 있던 교사들로, 주일학교와 소공동체 모임 두 가지를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소공동체 모임을 지도할 교사는 각 구역에서 뽑는 것으로 논란은 마무리되었다.
4) 기존의 교리방식에 익숙해 있던 교사들에게는 새 방식이 너무나 생소했고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알 수가 없었다. 보좌신부님께서는 이미 새 방식을 성공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매곡동 본당을 추천하시며 견학을 가보라고 하셨다. 교사들과 함께 매곡동 교사회와의 1차 만남이 있은 후 구역 소공동체 모임을 실제로 견학하게 되었다.
5) 첫 번째로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주일의 복음을 읽을 차례가 되자 모든 아이들이 성경에서 그 부분을 척척 찾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성경과 친하다는 증거였다. 두 번째로는 모든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마음에 와 닿는 구절에 대한 나눔을 내놓는 것이었다. 아주 어린 유치부 아이도 나름대로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였다. 그리고 지도교사는 뒤에 앉아서 조용히 참관하며 꼭 필요할 때만 도울 뿐이었고, 모듬장의 진행에 따라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모임을 이끌어나갔다. 우리는 큰 감동을 안고 돌아와 새 방식을 확신하고 매곡동 본당의 사례를 모범으로 삼기로 마음을 모았다.
6) 보좌신부님께서는 성공한 경우 뿐 아니라 실패한 경우도 잘 살펴보아야 한다고 하셨다. 실패한 본당의 이유를 알아보니 교사회 내부의 분열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앞으로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었다.
7) 최종목표는 각 구역에서 이루어지는 소공동체 모임이지만, 첫 번째 단계로 아이들이 소공동체 모임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했다. 한 학기 동안은 성당 교리실에서 구역별로 모임을 진행하고 기존의 주일학교 교사가 모임을 지도하기로 하였다. 그 기간 동안 각 구역별 지도교사를 뽑고 교육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이 단계에서 구역별 색깔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어른들의 소공동체 모임이 활성화된 지역에서는 어린이 소공동체 모임에 대한 호응도가 높게 나타나고 구역교사를 정하는 것도 수월했지만, 그렇지 않은 구역은 수녀님이 나서서 무진 애를 써야만 하였다.
8) 가까스로 교사가 충원되고 교사교육이 시작되었다. 기본적으로 어린이 미사와 구역모임에 참관하고, 보좌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청소년분과장의 교육, 매곡동 성당 초등부 교감을 초빙하여 실시한 교육 등으로 총 4회의 교육이 이루어졌다. 교육이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한 달에 두 번씩 회의를 통해 보충해 나가기로 하였다.
9) 한편 성경 묵상과 나눔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교재가 필요했지만, 교구에서 발행되는 어린이 소공동체 모임 교재는 전무했다. 기존의 주일학교 교사와 소공동체 교사가 참여하는 교재 편집팀이 구성되었다. 매곡동 성당의 교재를 참고하여 우리만의 교재를 만들었다. 예비자교리를 맡고 있는 교사가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성경해설을 쓰고, 교사들이 나눔과 실천부분을 맡고, 그리고 보좌신부님이 강론을 써주신 월별 교재가 인쇄되었다, 교구 청소년 교육국에서 발행하는 어린이주보 ‘징검다리’의 그림을 그리던 교사가 있어 삽화를 맡았다. 참으로 ‘야훼이레’를 실감하는 때였다.
10) 어린이 소공동체 모임 일지도 마련하였다. 아이들이 발표한 것을 기록하여 후에 아이들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불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이들이 신부님께 직접 물어보지 못하는 것을 글을 통해 질문할 수도 있게 하였고, 신부님은 매주 일지를 점검하여 답변을 해주시도록 하였다.
2. 어린이 소공동체 모임의 장점과 단점
1) 우여곡절 끝에 원래 목적한 어린이 소공동체 모임이 시작되었고, 한 학기가 지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 듯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적응했고 지도교사들도 아이들과 만나면서 얻는 기쁨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복병이 드러났다.
2) 부모들, 특히 엄마들의 불만이 표출되기 시작하였다. 가정을 모임장소로 제공해야하는데서 오는 불편함이 가장 컸다. 지도교사의 집이 고정 모임장소가 되는 구역도 생겼다. 어떤 사람들은 그전에는 아이를 성당에 데려다주고 미사와 교리를 받을 동안 좀 쉬거나 영화라도 한편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동네에서 잠깐 교리를 하니 그게 불가능해졌다고 불평했다. 그전 방식이 낫다는 의견들은 대부분 그 동안 편리함에 길들여졌기 때문이었다. 그 편리함이 주일학교 교사들의 희생에서 나왔다는 사실, 그리고 학원과 다름없는 주입식 교육으로는 어쩔 수 없이 소외되는 아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일주일에 단 한 시간 아이들을 위해서 내 집과 내 시간을 내주는 일을 불만스럽게 여긴다는 것은 분명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본당신부님이 지속적으로 강론 등을 통해 이해시킬 필요가 있었다.
3) 교사들의 일치가 이루어지기 힘들어진 것도 큰 문제였다. 기존의 주일학교 교사들은 미사와 행사를 담당하고, 새로 구성된 소공동체 교사들은 구역모임을 담당함으로써 몇몇 사람들에게 과중되었던 부담이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진 것은 장점이었다. 그러나, 교사회의 이중화로 서로간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게 되었고, 교사들의 증가로 일치와 화합이 힘들게 되었다. 교사회 조직의 일원화를 위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한 부분이다.
4) 어떤 방식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 본당에서 어린이 소공동체 모임이 시작된 지 만 이년이 지났다. 그 동안 소공동체 모임의 가장 큰 장점으로 나타난 것은 어린이들이 자발적으로 말씀을 나누고 성경과 친숙해진 것이다. 이것은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다른 어떤 단점이 있더라도 이 방식을 양보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또한, 구역 어린이들이 서로서로 챙겨주는 이웃사랑을 알아가는 것도 커다란 성과이다. 부모들도 간식을 구역별로 해주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친밀도가 높아진 것도 장점이다.
결론 : 이상, 주일학교로부터 어린이 소공동체 모임에로의 전환 과정에서 보았듯이,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인식의 전환을 이루고 제도를 바꾸는 데에는 커다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신앙교육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만큼 그 희생은 치를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 어려움을 이기는 데는 모든 이들의 기도가 가장 큰 힘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교회와 가정이 협조하여 아이들을 하느님께로 잘 이끌어 가는 것이 주님께서 바라시는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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