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에게 배운다.
흔히 말하기를 가을을 풍요의 계절, 단풍의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 독서의 계절, 또는 사랑의 계절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 가을이 그만큼 좋은 계절이라는 뜻이 아닐까 한다.
‘가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화려함, 단풍, 높고 푸른 하늘, 여행, 누런 들판, 금잔디. 추수, 또는 고독, 애인, 외로움, 쓸쓸함, 낙엽, 갈색, 그리움, 추억, 등등 각양각색의 답이 나왔다. 여기서 내가 깨달은 것은 두부류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삶이 대체로 밝아보였다. 그러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딘가 모르게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를 느끼게 되었다.
느낌은 또다른 자기표현이라 할 수 있다.
사물을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긍정적인 사람들을 보면 얼굴이 밝고 환하며 낙천적이고 친절하며 적응력이 뛰어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크다.
반면에 부정적인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은 우울하고 짜증을 잘 내며 소극적이고 남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가을은 단풍만 있는 것이 아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단품이 그 고운 옷들을 영원히 입고 있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 화려한 의상을 입기위해 속살을 드러낸 체 추위에 떨어야 했고, 온힘을 다하여 뿌리에서 물을 빨아올려 가지 끝으로 열심히 보내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 ! 밤새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폭풍을 견디어야 했고, 여름의 그 뜨거운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고통을 이겨내야만 했다.
그 결과 나무는 우리가 아름다움에 탄성을 지르며 보고 즐기는 단풍이 되는 것이다.
그것도 잠시....
단풍은 이내 낙엽이 되어 우리의 발길에 채이고 바람에 딩굴며 알지도 못한 곳으로 가고 만다.
하지만 그 낙엽은 나의 스승이 되어 깨달음을 주고 나는 낙엽에게서 인생을 배우는 것이다.
낙엽은 누가 자기를 보든지 말든지 늘 자신의 일을 충실히 다하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때 미소를 띠면서 미련 없이 나무에서 떨어져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끝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헤르만 헤세의 낙엽을 옮겨본다.
낙엽
꽃은 저마다 열매가 되고
아침은 으례히 저녁이 되는 것
이 세상엔 영원이란 있을 수 없다.
다만 변화와 사라짐이 있을 뿐.
아름다운 여름도 언젠가는
가을이 되어 조락을 맛보나니
잎이여, 바람이 너를 유혹하거든
가만히 참고 견디어라.
너의 유희를 계속하라.
그리고 거역하지 말고
조용히 내버려두거라.
너를 날려보낼 바람으로 하여
널 집으로 불어가게 하여라.
청풍호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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