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 목낀 문세오빠
하루는 이문세가 전철을 탔는데
얼굴이 너무길어 그만
전철문에 끼고 말았다
얼굴이 낀 채 전철이 달리고 있는데도
문세는 계속 웃음을 터트리는 것이었다
옆에 있던 뺑코가
"아니 그지경이 되었는데 웃음이 나와?"
하고 간신히 문세를 빼내 주었다
그러자 문세는
"나는 봤다!."
"보긴 뭘봐?."
"둘 더 있어!"
"뭐가?"
"나처럼 목낀 사람."
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
나는 신랑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할 때가 있다.
신랑이 별로 배우고 싶어하지 않는 데도 혼자 신나서 무조건 붙들고 가르치기도 한다.
덕분에 신랑은 우선 한글을 대충 읽고 쓸 수는 있게 되었다.
동시에 한글이 얼마나 쉽고 과학적인 글인가도 인정했다.
그렇다, 한글은 정말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근데 한국어는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울 신랑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면 나도 머리 빠지는 걸 감수해야
하고 신랑도 이유 없이 고문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한다.
수없이 많은 레슨을 받았음에도 신랑이 깨치지 못한 발음이 있다.
바로 ㄱ 과 ㅋ 이다.
나도 미치겠다.
Lesson 1
영어에는 tongue twister 라고 해서 발음하기 힘든 문장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She sells sea shells by the sea shore,"
또는 "Peter Piper picks a pack of pickled pepper."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한번 외어서 말해봐라... 무지 힘들다)
신랑: 한국말로도 tongue twister 있어?
니나: 물론 있지...
신랑: 해봐
니나: 저 들의 콩깍지가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
혀가 안 돌아가서 대충 얼버무렸다.
신랑이 뒤집어지게 좋아하며 웃는다
신랑: 또 해봐
니나: 저 들의 콩깍지가 깐 콩깍지.....
신랑은 웃느라 침대를 뒹굴며 한참동안 허걱댔다.
신랑: What is 콩깍지?
니나: 콩 껍데기가 콩깍지야. 콩이 bean 이거든
신랑: Oh, I'll remember 콩....
그날부터 신랑은 심심하면 조른다
신랑: Try 콩깍지 please?
니나: 저 들의 콩깍지가 깐 콩깍지....
그럼 신랑은 또 재밌다고 웃느라 방바닥을 데굴데굴 뒹군다.
결혼을 한 건지 애를 입양한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여기까진 좋았다.
Lesson 2
내가 다니는 한국 교회 형제들은 화요일마다 농구를 한다.
신랑이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모두 한국사람들이었지만 운동하는데 말이 별로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신랑도 껴달라고 했다.
열심히 농구를 하고 땀에 범벅이 되어 집에 오는데 신랑이 묻는다.
신랑: 농구하는데 왜 자꾸 bean 얘기 해?
니나: 누가?
신랑: 다들 콩 pass, 콩 어쩌구....
니나: 공을 잘못 들은 거 아냐? 공은 ball 이야
신랑: 아, 콩이 ball 도 되는 구나...
니나: 콩이 아니구 공!!!
신랑: 그래, 콩!
가나다를 한 시간도 안 되서 모두 외우고 대충 쓸줄도 알게 된
신랑의 총명이 의심스러워지면서 혹시 귀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Lesson 3
친척댁에 갔다.
그 집에는 번호를 누를 때마다 한국말로 누른
번호를 말해주는 전화기가 있었다.
국제 전화를 하려고 전화카드를 쓰는데 뒷 번호 4자리가
0000 이었다.
번호를 눌렀다.
전화기: 삼삼사오 이팔 공공공공
방 안에 있던 신랑이 후다닥 뛰쳐 나온다
얼마나 빠르고 요란하게 뛰어 나오는지 나는 놀래서 얼떨결에
수화기를 다시 놓아 버렸다.
니나: 뭐,뭐야....?
신랑: Someone said 콩!!!!!!
니나: ?????
신랑: Really!!! I heard 콩!!!!!
한참 만에야 전화기에서 나온 공공공 소리를 듣고 저런다는
것을 알았다.
하여간 자기가 쫌만 아는 소리가 들리면 신이 나서 저 야단이다.
니나: 이건 bean 이 아니고 zero 라는 뜻이야
신랑: 발음이 같아?
니나: 틀리지, 하나는 콩, 또 하나는 공!
신랑: 똑같네, 뭘
니나:.......... -_-
화장실을 갔다가 돌아와 보니 신랑이 전화기 장난을 하고 있었다
전화기의 0번을 계속 누르고 있는 것이었다.
전화기: 공공공공공공~ 띠리리~ 지금 거신 전화는 국번이 없거나.....
신랑: 하하하하,,,,,,, 재밌다, 콩 콩 콩 콩......
니나: ..............-_-;;;;
.
(중략)
Lesson 5
신랑이 오락에 한참 열을 올려 택견을 샀을 때다.
옆에서 구경을 하는데 여러 인물들 중에 왠 팬다곰이 보였다.
니나: 저 곰은 뭐야, 저것도 싸워?
신랑: 응, 쿠마 라고 해.... 일본말로 bear 라는 뜻이야
니나:
신랑: 한국말로 bear 는 뭐야?
니나: 곰
신랑: 그럴 줄 알았어.... 한국말은 뭐든지 콩이야....
니나: 곰이라구, 곰 !!!
신랑: 아, 콤? 조금 틀리네?
환장하겠다.
니나: 곰이야, 곰!!! 콤 말구 곰, 알았어? 곰, 곰, 곰!!
신랑이 들은 말: It's 콤!!! Not 콤, but 콤, okay? 콤, 콤, 콤,!!
신랑이 한국말 배우기 전에 내가 속 터져 죽게 생겼다.
나중에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실제로 한국어의 ㄱ 발음은 단어의
앞에 올 때는 오히려 ㅋ에 가까운 소리가 난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항상 쓰는 말이어서 몰랐는데 오히려 신랑 덕분에 내가 한가지 배운 셈이다.
신랑의 응용력은 생각보다 놀라운 데가 있다.
아마 외국인이라서 한국어의 기본에 아예 무지하다보니까 황당한
응용이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뭔가 응용을 하는 걸 보면 머리가 아주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잘 생긴 것이 머리까지 좋아가지구서..... 퍽! (-_-;;)
(중략)
어쩌다가 알게 된 사람 중에 유학생 언니가 한 명 있었다.
첨에는 성격도 발랄하고 재밌는 거 같아서 좋았는데 차츰 지내면서
짜증스러운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도 나서기를 너무 좋아해서 탈이다.
친구들은 이 언니를 가리켜 짜증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물론 안 듣는데서...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짜증녀가 특히 내 기분을 나쁘게 하는 건
신랑 때문이다.
짜증녀의 영어는 무척 서툴렀다.
근데도 어쩌다가 나와 신랑을 마주치면 목에 핏대를 올리면서
서투른 영어로 신랑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려 드는 것이었다.
당연히 신랑은 짜증녀의 말을 못 알아듣는다.
내 생각엔 울 신랑과 한마디라도 더 해서 자기가 영어 연습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근데 죽어도 그건 아니란다.
울 신랑이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하는 눈치인데 기회가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깝단다.......
난 벙어리냐.............?
Lesson 1
친구들과 모여서 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물론 짜증녀도 끼어 있었다......
내용은 어떤 바람둥이에 관한 것이었다.....
신랑: Playboy 가 한국말로 뭐야?
니나: 응, 그건 말이지.....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짜증녀가 가로챈다.....
짜증녀: Playboy is 바람둥이......
신랑: 파람퉁이?
짜증녀: Okay, okay.... Very good...... 바람둥이....
신랑은 헷갈리는 표정이었다.
신랑: 그럼 바람쟁이는 뭐야?
니나: 바람쟁이는 장사할 때....
근데 또 짜증녀가 나선다....
짜증녀: 바람쟁이 is... sales person... but they don't sell... they...
신랑: ??????? .......What?
짜증녀의 영어 실력으로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짜증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정말 짜증난다......
짜증녀: Yes, that's right..... 바람쟁이 just attracts .....
신랑은 금새 지겨운 표정이 되었다......
친구들은 시끄러워서 비디오 못 보겠다구 툴툴거렸다........
게다가 짜증녀가 하는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짜증녀: You understand now?
신랑: Okay...... I guess......
신랑은 할 수없이 이해한다고 말하더니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_-)
나중에 내가 다시 바람둥이와 바람쟁이의 차이를 설명해 주었지만
신랑은 요즘도 가끔 헷갈린다......
그럴 때마다 이게 다 짜증녀 때문이라고 화도 내면서.....
Lesson 2
만날 때마다 신랑을 붙들고 되지도 않는 영어로 뭔가 가르치려고만
들자 신랑은 짜증녀만 보면 짜증을 내게 되었다......
신랑: 그 여자랑 놀지마.... 피곤해
니나: 놀긴 누가 놀아...... 어쩌다 마주칠까 무서운데.....
신랑: Ugly 한 여자를 뭐라고 불러?
니나: 음...... 못생긴 여자......
신랑: 뭐, 뭐라구? 왜케 길어......?
니나: 너무 힘든가....... 그럼 그냥 호박이라구 그래
신랑: 호우박
니나: Pumpkin 이란 뜻이야
신랑: 한국 호박은 이상하게 생겼어?
니나: 나도 왜 그런지는 몰라..... 그냥 외워.....
신랑: Okay..... 호박, 호박......
신랑: Fat 한 사람을 뭐라고 해?
니나: 뚱뚱해
신랑: 둥둥해.....그럼 엉덩기 키리가 맞어, 아님 엉덩기 둥둥해가 맞어? (-_-)
니나: (무슨 이 따우 질문을....-_-;;) 뚱뚱해가 맞어..... 엉덩기 키리라는 말은 쓰지마
신랑: 싫어.... 쓸거야.... 엉덩기 키리는 멋진 말이야...... (-_-)
신랑: I don't like you 를 뭐라고 해?
니나: 왜 자꾸 그런 것만 물어봐?
신랑: 그냥....
니나: 난 너 싫어해
신랑: 너무 길어.....
니나: 그럼.....그냥 미워!!!? 그래
신랑: 미오!!!!
짜증녀 생각을 하다보니 생각나는 게 순 그런 말뿐인가 보다.... (-_-)
그래도 그 때까진 신랑이 그 말들을 진지하게 외우고 있을 줄은 몰랐다.
Lesson 3
호놀룰루 한인 축제가 열렸다.
여러 한인 단체들이 모여서 운동도 하고 점심도 같이 먹고
경품 추천도 하는 날이다.
신랑을 데리고 점심때가 좀 지나서 나가 보았다.
우선 친구들이 있는 텐트로 갔다.
니나: 점심 남았니?
친구: 글쎄......비빔밥이었는데.....
신랑은 비빔밥이라니까 신나서 폴짝폴짝 친구를 따라갔다.
(신랑은 비빔밥을 무척 좋아한다. 역시 신혼 여행 일지 (1) 참조..... ^^)
그런데 텐트에 들어서자마자 신랑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여러 명의 남녀가 섞여서 커다란 플라스틱 바가지 같은 데다가
남은 밥을 넣고 무자비하게 퍼먹고 있었던 거다.....
신랑: 뭐, 뭐야..... 저 사람들은.....
신랑 눈에는 여러 명이 한꺼번에 음식을, 그것도 바가지에 담아
퍼먹고 있는 모습이 큰 충격 이었나보다.
놀란 표정으로 나와 친구에게 속삭인다.
신랑: Those people......돼지 사람...... (-_-)
하여간 배운 단어를 이리 저리 붙이는데 따라갈 자가 없다. (-_-)
친구는 신랑이 한 말이 재밌나 보다....
밥 먹는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친구: 그만 좀 먹으쇼..... 돼지 사람이라고 그러쟎아......
역시 예상했던 데로 사람들은 고개 한번 돌려보는 법 없이 계속
밥만 퍼 먹는다. (-_-)
신랑: 무써와..... 돼지 사람..... (-_-)
사람들이 대충 밥을 다 먹었는지 한 명씩 물러선다.
그 중에 짜증녀도 있을 줄이야.......
짜증녀가 신랑에게 다가온다.....
짜증녀: Am I a pig?
신랑: ..........
짜증녀: Am I a pig?!!!!!!
농담으로 한 말이어서 딴 사람들은 그냥 웃고 있었는데 짜증녀는
괜히 화가 났나보다.
정작 그 말 들었을 땐 돌아보지도 않고 열심히 퍼먹었으면서......
속도 좁구먼.... 짜증나게시리.....
짜증녀의 기세에 잠깐 쫄렸던 신랑이 이내 결심이 섰는지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다 들리도록 크게 외친다.....
신랑: Yes!!!!!! You!!!!! 둥둥해!!!!!!
짜증녀, 자기의 귀가 의심스러운가 보다.....
짜증녀: Wh.., what......?
신랑: 엉덩기...둥둥해.....!!!!!! You are 호우박......!!!Oh, 미오!!!
짜증녀, 거품을 물고 날뛰기 시작한다.
짜증녀: No, no, no!!!! I'm not 뚱뚱!!!!! Don't say that to woman!!!! I?m a woman!!!!! I am
hurt....... I am not 뚱뚱......!!!!!!! Oh, my God!!!!! I'm beautiful lady..... (-_-)..... You have
to say sorry!!!! Of course!!!!!! You should say sorry......
(굳이 읽을 필요 없는 부분이었음)
화가 나서 그런지 영어가 몽땅 뒤집혔나보다....
문법도 엉망이구 발음도 엉망이구.... 뭐라 떠드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짜증녀답게 무섭게 발악을 하며 짜증을 부렸다.....
짜증녀: I never heard that!!! I am popular!!!! Not 호박!!!!
신랑: ................(-_-)
짜증녀: No 호박!!! No, no..... Never!!!!!!
신랑은 어이가 없어서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다.
짜증녀, 신랑이 말이 없으니까 더 열이 받는다......
짜증녀: Tell me!!!! (뭘?....-_-) You! You are 호박, too!!!!! Yes, you!!!!! I am not ugly......
You are!!!!!
짜증녀가 도무지 끝낼 기세를 보이지 않자 나와 친구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 때, 신랑이 단 한마디로 이 유치한 발악을 끝내 버렸다.......
신랑: Wait!!!!!!!
짜증녀, 발악을 잠시 중지하고 신랑을 노려본다
짜증녀: What?
신랑: Your teeth..... 김 켰어......
짜증녀, 순간 1.5초 정도 동작 정지가 된다.
신랑의 어눌한 한국말을 못 알아들었나보다.......
아닌게 아니라 비빔밥에 김을 넣고 먹었는지 아랫니에 까맣게
김이 껴 있다. (-_-)
짜증녀, 순간 멈춤에서 풀려나자마자 입을 가리더니 오물거린다.....
10초 정도가 지났다.
김이 처리됐나보다.
그러더니 다시 발악을 시작한다.
지독한 인간이다. (-_-;;)
짜증녀: Anyway...... you should say sorry....!!!!!! You....
신랑: Wait!!!!!
짜증녀: What!!!!!?
신랑: Still...... 김 켰어......
주위에 있던 사람들, 웃느라고 잔디밭을 구르고 있다.......
짜증녀, 결국 입을 가리고 화장실로 뛰어간다.
짜증녀는 그 후로 더 이상 우리랑 친한 척 안 한다.
울 신랑 만세다......